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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elita 날짜24-11-08 12:25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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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하는법 제10권부터는 연재량을 배로 늘렸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소설 한국사 (조흔파) #445(제10권) 근세의 여명​기별을 기다리며 도목(都目)이라 하는 것은 일년에 유월과 섣달 두 차례씩 새로 등용하는 벼슬아치의 임관과 일반관리의 인사 이동안을 말한다. ​이것은 임금의 윤허를 얻어 실시케 되는데 무관의 경우, 대개는 병조판서의 상신이 거의 무수정으로 통과되는 것이 전례였다. ​홍봉한 대감은 계씨 홍인환 대감의 답서를 기다리기가 무료하였던지 이주국에게 사랑방 구석에 놓인 바둑판을 손으로 가리켰다. ​자네 바둑 놓을 줄 아나.?&quot짐작이나 하옵니다.&quot잘 됐네.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한판 두어 보세.&quot​소인 따위가 감히 대감마님의 적수가 되오리까?&quot그러면 몇점 접어 줄까?&quot한 판만 두어 보고 나서 부탁드리겠읍니다.&quot그러게,“ ​대감은 으례 자기가 상수일 것이라 여기는지 흰돌을 잡았다. 바둑 수야 어찌 되었건 나이로 보나 지위로 보나 그것이 당연하겠지만 이주국으로서는 약간 못마땅했다. ​50평생을 할일없이 지내느라니 그동안에 바둑도 많이 놀아 보았다. 병법을 전공한 그로서는 저절로 포진의 바둑이하는법 묘수를 터득하여 국수까지는 몰라도 상당한 실력이라 할 수 있다. ​주객은 마주 앉아 대국하였다. 몇 수 안놔서 이주국은 벌써 주인 대감의 실력을 알았다. 결코 녹록한 솜씨는 아니지만 자기보다는 훨씬 약수였다. ​이렇게 되면 어린애 데리고 노는 형국이다. 간신히 이기지 않으면 불과 몇집 차이로 일부러 졌다. ​일부러 져준다는 것은 이기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잔뜩 재미가 들린 대감이 한판만 더 한판만 더···· 하며 벌써 여러 판을 두는데 바짝 구미는 당기는 모양이나 손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아이가 어른과 씨름을 하는 꼴이니 말이다. 연거푸 네 판을 놓고 있을 때 심부름 갔던 사람이 헐레벌떡 돌아왔다. ​다녀왔사옵니다.&quot왜 이렇게 지체되었느냐?&quot허술청에 어찌나 사람이 많삽던지.&quot그럴 터이지, 때가 때니까.&quot​허술청이란 고관댁에 찾아온 면회객을 접수하고 또 대기시키는 곳이다. ​한다하는 현직 병조판서에 때가 마침 섣달이라 도목을 작성할 무럽이니 어찌 손님이 그칠 것이라. 홍인한 대감 댁은 바둑이하는법 문전성시였던 것이다. ​내 서찰을 갖고 갔는데도 허술청에서 기다리게 해 ?&quot​계씨 대감 처분이나 그댁 녹사가 그러는 게 아니오라 허술청 빈객들이 차례대로 하라고 아우성이어서 그만····&quot​그런데 답서는 받아 왔으릿다?&quot네.하며 품 속에서 편지를 꺼내 놓는데 대감은 그것을 받아서 펴보지도 않고 그대로 보료 밑에 넣었다. ​자네 차례지? 자, 어서 두게,&quot아닙니다. 대감마님이 두실 차례십니다.&quot이주국은 바둑이 문제가 아니었다. ​편지 사연이 무엇인가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인데 주인 대감은 마냥 태평이 아닌가. ​그도 그럴 것이, 홍대감의 생각으로는 내용이야 보나마나 청종한다는 것일 터인즉, 뜯어보기가 무엇이 바쁘겠는가. ​두던 바둑이나 마저 끝내놓고 나서 서서히 읽는대도 무방했으리라. ​이 때부터는 대국이라기보다 흰돌 검은돌을 먹줄 위에 교대로 벌여놓는 데에 지나지 않았다. ​자네 어찌 되었어. 명랑한 짓을 하구 있구먼.&quot열심히 생각하고 있읍니다.&quot​생각하는 건 사실이나 바둑 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보로 아래 들어 있는 편지 내용을 생각하고 있었다.​​어서 바둑이하는법 바둑을 끝낼 욕심에서 아무렇게나 마구두어 한판을 마치니 이번에는 어이없는 차이로 이주국이 졌다. ​대감도 그 마음속을 짐작하는지 빙그레 웃으면서 편지를 꺼내어 겉봉을 뜯었다. 그러한 대감의 얼굴을 긴장 속에 주시하는 이주국···· ​달필의 먹글씨를 읽어 네려가는 대감은 무표정했다. <대관절 어쨌다는 것이야? ​잘만 되는 날이면 삼동에 헐벗고 굶주리는 처자에게는 물론 세상에 대한 면이 설 것이고 더구나 훈련대장 구선복에게 나 보란 듯이 뻐길 노릇인데····&gt​대감의 미간이 모이면서 수염이 씰룩하였다. 다 읽은 대감이 편지를 내려놓으며 하는 말은 이주국을 크게 실망시켰다. ​자네, 관운이 없나보이. 이번 도목은 이미 다 작성이 되어 있어 넣고 빼기가 심히 난감한 모양일세, 허니까 천상 반년을 더 기다려서 다음 도목에나 들도록 해야겠네.&quot​이주국은 가슴속에서 뭔가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물론 갑자기 행운이 닥친다는 건 분수 밖의 기대이기는 하였다. ​그러나 잔뜩 바랐던 일이고 이번에는 틀림이 바둑이하는법 없으리라 믿었던 터라 반비레로 낙심 또한 컸다. ​그는 바둑판을 치우고 바둑돌을 거둘 생각도 않은 채 기세 불온하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소인 물러갑니다.&quot뭐? 가다니? &quot​가야 합지요.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가볼 데는 많아서 이래 보여도 바쁜 몸이니깝쇼.&quot이번 도목에서 빠졌다고 그러나? 그대신 다음 도목에는 틀림 없을 거네&quot​그걸 어떻게 믿으라십니까? 명년 유월까지 대감마님이나 계씨 대감, 그리고 소인이 살아 있을는지도 모르옵고 ​또 계씨 대감께서 병판 자리에 그냥 계실지 절해 고도에서 위리안치로 귀양을 살게 될지 누가 또 압니까?&quot아, 이놈이····&quot​대감은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노발이 충천하였다. 성미나는 대로 한다면 당장 하인을 불러 마당에 끌어내다가 물고를 내고 싶으나 ​아무리 50 궁무라 해도 상대는 무과 출신의 장사이고 이 편은 고작해야 뚝심을 쓴다는 오합지중···· ​그렇잖아도 벌써 아까 한 차례 시험을 한 셈이 아니냐. 설불리 손찌검을 했다가는 도리어 욕을 보기 쉽겠고, ​법은 멀고 바둑이하는법 주먹은 당장 눈앞에 있는데 대감이고 무어고 마구잡이로 들이치면 창피도 적은 것이 아니겠나. ​능청스런 노인은 어서 쫓아 보내면 그만 아니냐 하는 생각에서 허세로 호령만 냅다 질렀다. 빨리 가. 썩 물러나.&quot이주국은 끄떡도 않았다. ​가긴 가되 그냥은 못 물러갑니다.&quot이 자가 뉘 앞에서 시비를 할 셈인가. 그냥 못 가면 한바탕 야료라도 하고야 갈 건가?&quot​원 당치도 않사옵지, 대감 존전에서 야료라니 말도 안 됩니다.&quot그러면 가라니까!&quot찾아갈 물건을 내어 주시면 당장 돌아가겠읍니다.&quot​찾아갈 물건이라? 내게 맡긴 것이라도 있다는 말인가?&quot있삽고 말고요. 소인이 잡은 꿩을 돌려 줍쇼.&quot​아니, 그 꿩은 자네가 내게 준 것 아닌가?&quot처음에는 그럴 마음이었는데 도중에서 맘이 변했읍니다.&quot​그렇다고 대장부가 일구이언을 하긴가 ?&quot대감께서도 식언을 하시는데 소인 따위가 일구이언을 좀 했기루니 흉될 거 없지 않습니까.&quot​내가 무슨 식언을 했다는 말인가?&quot계씨 대감께 청하서서 도목에 넣어주신다 하셨읍니다. 그러고는····&quot​내가 안 넣은 게 아니라 이번 도목은 이미 바둑이하는법 작성이 되었다고 병판께서 회신을 보내 오지 않았는가, 편지를 보려나?&quot​안 보겠읍니다. 아뭏든 식언은 식언이십니다.&quot그 대신에 다음 도목에는 꼭 넣는다고····&quot그래도 식언은 식언이올시다.&quot​알았네···· 여봐라.&quot예.&quot대감은 하인을 부르더니 일렀다. 찬광에 가서 꿩 한 마리 내다가 이 사람 줘서 쫓아 보내라 ! &quot네.&quot​꿩이 왔다. 그것을 보고 이주국은 다시 트집을 부렸다. 소생의 꿩은, 아직 살아서 피가 따뜻한 싱싱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죽은 지 오래되어 빳빳하게 굳었읍니다. ​꿩이면 다 마찬가지 꿩이오니까? 산 꿩과 죽은 꿩은 싱싱한 점으로도 그러려니와 맛이 근본부터 다르옵니다. 소인의 꿩을 돌려 주십시오.&quot​이 사람 답답한 말 다 하는군. 이왕 잡아서 자네도 먹지 않았나? 죽은 꿩을 어떻게 살려놓으래? &quot소인은 먹지 않았사옵니다.&quot​먹지 않았더라도 죽은 줄은 알지? &quot압니다.&quot알면서 어떻게 내놓으라노? 이건 생떼로구먼. 값으로 쳐서 주면 되실 일이오이다.&quot​옳거니, 자네의 목적이 그거였나?&quot대감은 엉거주춤히 섰는 하인을 향했다. 여봐라.&quot네.&quot시중에서 꿩 한 마리 값이 얼마나 바둑이하는법 가는지 알아 올려라.&quot​알아 볼 것도 없사옵니다. 서 푼이면 살찐 꿩을 살 수가 있사옵니다.&quot그러면 이 손에게 서 푼을 내주어라.&quot​그런데 이주국이 다시 나서서 손을 내저었다. 죽은 꿩이라면 서 푼에라도 살 수 있겠으나 산 놈은 닷 냥을 내고도 구하기가 어렵사옵니다.&quot​홍대감은 귀찮기도 하려니와 더 꼴도 보기가 싫어서 외쳤다. ​살림 철지기에게 일러서 닷 냥이고 얼마고 냉큼 내어주어 썩 나가게 하고 대문을 굳게 잠그도록 하라 ! &quot예.&quot그러고 녹사를 불러 ! &quot​알겠습니다.&quot이주국이 인사하는 것을 보지도 않고 홍대감은 보료 위에 돌아 앉아 버렸다. ​남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인데 이주국은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 킬킬거리고 웃기까지 하면서 중얼거렸다. ​돈 닷 냥만 가졌으면 과세는 충분히 하겠고 얼마간 계량도 되겠는걸.&quot대감은 울화통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면서 ​이주국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요에서 일어나 추운 날씨인데도 손수 방문과 창호를 활활 열어놓았다. ​소설 한국사 (조흔파)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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