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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코리아타운/한인타운 명동 식당, 터미널21 바나나 초코 로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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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becca 날짜24-10-05 10:33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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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바나나 목요일이나 금요일, 다음 일주일치 식량을 준비한다. 대부분 배송받는 서비스를 이용한다. 1인 가구에게 많은 양의 식재료는 오히려 처치 곤란이다. 몇 가지 밑반찬 메뉴를 정한 다음, 그것에 맞춰 재료를 선택한다. 때로 미리 생각한 재료들의 값이 비싼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할인하는 제품으로 대체한다. 매일 신선한 재료로 간단한 요리를 해먹으면 좋겠지만, 퇴근 후 서너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러려면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서 나온 방법이다. 소박한 식사로 아낀 시간을 운동과 독서에 나눠주는 것이다. 운동은 하루종일 달라붙어 있었던 타인의 흔적을 떼버리고, 오직 내 바나나 몸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구석구석 어디가 불편한지 느끼고, 진행하는 동작을 통해 어떤 근력을 사용하고 있는가를 느낀다. 부드럽지만 강하게 내 자신을 풀었다, 쥐었다 하다보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기분 좋은 느낌을 느낄 수 있다. 특별한 구원이 따로 없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중요하다. 필라테스를 해온 지 2년이 넘어간다. 이제야 겨우 선생님이 설명하는 동작을 제법 그 모양대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이다. 돌아간 무릎이 정면을 향하고, 키는 0.3cm 자랐다! 반복해서 부드럽게 근력을 사용하는 필라테스가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반찬거리 준비하면서 과일도 눈여겨본다. 나의 주머니 사정 바나나 기준으로 과일 가격은 항상 비싼 편이다. 그래서 비싸봐야 한송이에 4천원대인 바나나는 참 반갑다.(물론 dole이라는 브랜드는 얘기가 달라진다.)세계 여러 나라들과 FTA나 우루과이라운드 같은 조약을 체결하기 전,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덜 글로벌화되었던 어릴 때 바나나는 부잣집에서 먹는 고급 과일이었다.(바나나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친구로 오렌지가 있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였을까. 매일 공주 옷을 입고 등교하는 여자애가 짝이 되었다. 그애 아빠가 외교관이라 했던가. 외교관의 딸은 학교에 올 때 바나나 2개를 싸왔다. 가끔 아빠가 외국에서 사왔다는 물건들도 가져왔다. 그애가 바나나를 까먹을 때마다 풍기는 달큰한 향기에 내 코는 바나나 나도 모르게 벌름거렸을 거다. 한번은 의식도 못한 채 바라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먹고 싶으면 너도 아빠한테 사달라고 해!” 그 아이는 단 한번도 바나나를 다른 친구들과 나눠먹지 않았다. 못된 년.그애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서 나를 유혹한 건 지우개였다. 테두리를 종이로 깔끔하게 덮었고, 뽀얀 속살을 내보이던 미제 지우개. 내가 가지고 있는 커다란 고무지우개가 그렇게 못나보였다. 몇 번 문지르지도 않았는데 찌꺼기가 공책 여기저기에 흩어졌고 깨끗하게 지워지지도 않았다. 어느날, 그애가 무슨 일인지 자리를 비우고 한참을 들어오지 않았다. 책상 위에 미제 지우개가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큰 마음을 먹고 바나나 지우개를 만졌다. 말랑거리는 촉감이 참 좋았다. 잡는 부분이 종이로 쌓여있으니 지우개에 손때를 묻히지 않을 것 같았다. 공책에 있는 아무 글자나 지워봤다. 두 번에 깨끗하게 사라진 글씨들! 찌꺼기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감동이 가슴 속 깊이 올라왔다. 그런데 그 순간, 교실로 들어오는 그애를 봤다. 어떡하지, 심장이 마구 방망이질쳤다. 그 자리에 놓아두면 되는데, 당황한 나머지 그만 지우개를 가방 깊은 곳으로 던져넣었다. 그날이 지나가고 다음날, 또 그 다음날이 가도 그애는 지우개가 없어졌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지우개 하나쯤 없어져도 그만이었던 모양이다. 4일이 지난 후에야 나는 내 바나나 가방 속 깊이 자리잡고 있을 지우개를 찾았다. 물론 집에 와서 혼자 있을 시간에. 이제 집에서 그 지우개를 마음껏 써보리라는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지우개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가방 모서리에 약 5센티 가량 구멍이 뚫린 것만 발견했을 뿐. 느닷없이 울음이 터져나왔다. 못된 짓을 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뚫린 가방에 대한 원망이 한데 뒤섞였을 것이다. 남의 물건을 허락받지 않고 사용한 것에 대한 반성과 후회.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미제 지우개에 대한 미련.오늘 아침 바나나를 먹으며 문득 바나나 생각난 일이다. 누구에게도 바나나를 한 입 먹어보라 하지 않던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맘대로 지우개 쓴 건 미안해. 내 가방이 낡고 닳아서 구멍이 있는지도 몰랐어. 돌려주려고 했는데...... 그래도 맛있는 바나나를 혼자만 먹은 건 많이 재수없었다, 야~.”​윤중식의 ‘평화’ 1980, 캔버스에 유화물감,130.5*97.5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MMCA기증작품전 1960-70년대 구상회화전계단이 층층으로 올려다 보이는 캔버스에 하늘, 밭, 마을이 펼쳐져 있다. 석양으로 붉게 물든 하늘과, 그 아래 초가집에서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의 비둘기 한 마리가 보인다. 그에게 가는 듯한 다른 비둘기가 근처를 날아 집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아래 밭에는 바나나 키가 큰 옥수수들이 머리를 들어올리거나, 고개를 수그리고 있는 평화로운 가을 해저무는 풍경. 구도는 계단식인데, 원근감을 느낄 수 없는 평면의 색채들. 추상화의 느낌도 살짝 묻어난다.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평화로움이랄까. 소용돌이로 가득한 인생을 한발 물러서 바라보는 기분이다. 윤중식 화가는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1.4 후퇴때 남쪽으로 내려왔다. 평생 대동강의 석양을 그렸다고 한다. 화가의 상징처럼 말이다. 평화로운 가을 저녁의 풍경 속에서 깊은 그리움을 봤다. 작품 속에 화가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들이 있었다. 꼬맹이 때에 가질 수 없었던 지우개를 그리워하다니...... 다음에는 마음 깊이 숨어있는 어떤 감정과 사물이 수면 위로 바나나 떠오를지 기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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